Salt&Pepper의 미국 생활 + 영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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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는 영어!] 내가 hypochondriac(하이퍼컨드리액)이라고? 응, 맞아.

Salt&Pepper 2017. 9. 1. 13:43


수돗물을 먹기 싫어한 나는 hypochondriac ☆


수돗물 사건은 미국인 남편 S군이 저를 "You're a hypochondriac!" 라고 부른 첫번째 사건입니다. 처음 이 말을 듣고, 


뭐? 미토콘드리아는 알겠는데 하이포콘트리아는 또 뭐야? 라고 생각했어요. 전직 영어 교사였던 제가 이런 이야기를 공개하기는 참 부끄럽고 힘든 감이 있지만, 뭐 어쩌겠어요. 영어 선생님도 모든 단어를 다 아는 건 아니랍니다. (심지어 몇년간 고교 영어만 가르치다 보니 그 수준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저의 비루한 변명;;;) 저 말을 들은 문맥상 분명 칭찬은 아닌 건 분명했고 욕인거 같은데 뜻을 모르니 자존심이 상해 순간 핸드폰으로 폭풍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hypochondriac [|haɪpə|kɑ:ndriӕk]은 hypochondria를 가진 사람이랍니다. 허허.. 그렇담 hypochondria란?


hypochondria: =hypochondriasis =health anxiety=건강염려증



건강염려증

hypochondria

[|haɪpə|kɑ:ndriə]


요약: 자신의 건강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염려하는 상태 


사람의 신체적인 기능의 세부사항에 열중하는 것 또는 질병에 걸릴까봐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히포콘드리증(hypochondriasis)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그 원인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한다. 히포콘드리 환자는 실제적으로 신체적 증상은 보이나 신체적 기능에 실제 장애는 없다. 그들은 종종 여러 의학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이상이 없다는 확신을 받아들이기를 꺼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건강염려증 [hypochondria] (사회복지학사전, 2009. 8. 15., Blue Fish)


단어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건강 염려증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국말 뜻을 빼고 hypochondriac 이라고 영어 단어만 들어간 제 이야기를 할 테니, 실제 상황 속에서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의미와 뜻을 생각하며 잘 읽어 주세요. 






아니, 내가 건강염려증이라고?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저는 제가 생각해도 건강염려증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내 건강을 내가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요? 나 덕분에 나중에 나이들어서 건강하면 고맙다는 말이나 해!  라고 했더니 코웃음을 치네요.  


아무튼 제가 hypochondriac라는 말을 들은 첫번째 사건입니다. 


수돗물 사건

July 2017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수돗물(tap water)을 마십니다. 


10년 전 몇년간 살았던 캘리포니아도, 지금 살고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도 식당에서는 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주며, (당연하게도) 수돗물이 아닌 물병에 든 물은 돈 주고 사야 합니다. 식당에 가면 부엌에서 일어나는 (더러운) 일들에 관한 한은 어느 정도 눈을 감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물을 서빙할 때 수돗물인줄을 알아도 그러려니 하지만, 집에서 먹는 물까지 수돗물을 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저는 늘 플라스틱 병(plastic bottle)에 든 생수를 사먹거나 가난한 학생 시절에는 1갤런 단위로 싸게 판매하는 물을 사먹는 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수기가 보편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는 정수기의 물을 먹거나 1.5리터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먹곤 했습니다.) 


즉, 저는 수돗물을 먹는 게 너무나 익숙하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병에 들어 있는 생수와 수돗물은 맛이 다르지 않은가요?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뭔가 fluoride(불소) 맛이 나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저는 각 도시와 빌딩의 수도관이 그렇게 믿고 마실만큼 깨끗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 찝찝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물때'라는 것도 끼어 있을 것 같았고요. 심지어 더운 여름날에는 높은 온도 때문인지 물이 미적지근하기까지 해서 더욱 꺼려졌습니다.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숨을 쉬는 것마냥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했던 미국인 남편인 S군은 처음 우리만의 집을 얻고 냉장고를 채워넣기 위해 grocery shopping(장보기)를 할 때 플라스틱 물 48개들이 세트를 사려는 저를 보고 1차로 놀랍니다. 


S군: 너 뭐하는 거야? 

나 :  물 사야지!

S군: 물을 왜사? 

나: 그럼 수돗물을 마시라고?

S군: 당연하지! 네가 무슨 공주야? 혼자 꼭 생수를 사 마셔야해?

나: 나는 수돗물 먹기 싫은데??

S군: 그런 데까지 돈을 써야해? 그리고 생수하고 비교했을 때 더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는 연구 결과도 있는 거 몰라?

나: 미네랄이고 뭐고 나는 수돗물 맛이 싫은데???

S군: 너는 환경은 생각 안해? 그 많은 플라스틱 병들이 어디로 갈 것 같애? 

      나: 환경 당연히 생각 하지. 그리고 아무리 미네랄이 많아도, 

          집집마다 도시마다 수도관이 낙후되고 녹슬어서 쇠파이프에 있는 중금속이 다 녹아들어오는 물을 먹고싶지는 않아.

     

라고 열심히 항변을 해봤지만, 이번 토론대회에서 승자는 제가 아니었습니다. (거의 늘 그렇듯이요 ㅠㅠ)


수돗물을 먹어야 한다는 미국인 남편 S군의 논리

1. 안전하다. fluoride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돗물 먹고 문제 생겼다는 사람 없다.

2. 생수보다 미네랄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 플라스틱 병 때문에 환경이 오염된다. 바다 생물체는 물론 전지구상의 문제이다.

4. 돈 낭비다. 


즉, (현재 전 지구상의 문제인) 환경과 (우리 형편과 직결되는) 돈의 문제


수돗물을 먹기 싫다는 나의 논리

1. fluoride(불소) 맛이 난다. : fluoride를 먹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물처럼 하루에도 많은 양을 들이켜야 한다면 결국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2. 수도관 낙후 및 위생이 걱정된다.


즉, (언제 닥칠 지 모르는)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


결국 논리로 S군을 이길 수는 없었죠. 저의 건강에 대한 염려는 정말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일'에 대한 염려였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필터가 장착된 물통을 사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이후의 대화)

나: 그럼 Brita(필터가 장착된 정수기. 2-3달에 한번씩 필터를 갈아야 함)를 사자. Brita는 사도 괜찮지?

S군: 그래. 그건 좋아. 

나: 그런데 너 돈이 아까워서 물 사기 싫은거라면, 나중에 우리가 돈 많이 벌었을 때는 물 사먹어도 되니?

S군: 아니, 안된다고! 너는 환경은 정말 생각을 안하니???? 


결국 환경은 1도 생각하지 않는 개념없는 사람이 되기 싫어 물 얘기를 끝내고 Brita를 사러 주말에 코스트코를 갔네요.







스테인리스스틸 pot&pan 세트를 4중 세척한 나는 hypochondriac   

(부제: 한국 살림꾼들의 위생관념☆)


제가 hypochondriac이라는 걸 제대로 셀프 인증한 두 번째 사건입니다. 


새 집에 이사를 하고 살림 용품 장만 리서치 담당(!)인 S군은 macys 백화점 온라인 스토어에서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 냄비와 후라이팬(pot & pan) 7개 세트를 130불 정도의 가격에 득템합니다. 제가 워낙 건강을 염려하는 성격이라 그 전에 살짝의 리서치를 통해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가 제일 안전하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에, 건강염려증을 티내지 않고 마치 그것이 단지 개인적인 취향인것마냥, "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세트로 사고싶어!"라고 했기 때문인데요. 아무튼 그렇게 거대한 pot&pan 세트가 들어있는 택배가 도착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사면 끝'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포장을 열고 나니, '공장에서 나온 제품을 그냥 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세척하는 건 처음이라 '망치면 안된다'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 세척법' 이라고 네이X에 검색하니 엄청나게 많은 블로그 검색 결과가 나오더군요. 역시 한국 살림꾼들의 도움을 (검색을 통해) 빌리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가 없지요. 


많은 블로그를 통해 살림9단들의 의견을 종합하니 대강 3-4중의 세척을 해야 하더군요.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후라이팬 세척법


1. 식용유를 페이퍼 타올에 묻혀 닦기

: 이렇게 하면 까만 유화제가 묻어나온다고 하길래 속는 척하고 닦아 봤더니 정말 징그러울 만큼 나오더라고요. 

2. 베이킹 소다로 씻기

3. 물을 끓여 식초를 끓여 씻기

4. 세제로 씻기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냄비 3개, 후라이팬 3개, 스팀기 1개, 각각의 뚜껑 4개를 기름을 묻혀 닦고, 베이킹 소다로 닦고, 물 넣어 끓여서 식초 넣어 끓이고, 다시 세제로 세척하고, 말리고- 하려니 1박 2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중노동을 하는 것마냥 너무 힘들었어요. 스테인리스 스틸 팟과 팬들은 3중, 5중, 7중으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정말 정말 무겁습니다.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더 열받는 건, 옆에서 S군(나를 hypochondriac이라고 놀린 문제의 그 미국인 남편)은 그 1박 2일 내내


"뭐하러 하냐??????? 하지마! 하지마! 너 그러다가 새 냄비랑 후라이팬 다 망가뜨리는 거 아니지??" 


라고 뜯어 말리고,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내가 새로 산 팟팬 세트를 망가뜨릴까봐 걱정하는 투로 일관했다는 점입니다. 


"너는 그럼 공업용 유화제를 먹고 싶어?" 


라고 하자 오히려 google을 검색하며 


"이것봐. Google에는 (영어로 검색하면) 아예 스테인리스 스틸 세척에 관한 정보가 아예 없어! 아무도 안하는 걸 너는 왜하니? 그냥 설명서에 나와있는 대로 세제로만 한번 씻어." 


라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네이X에 검색하면 스테인리스 스틸을 제대로 여러번 세척하지 않고 먹는 사람은 마치 없는 것 같았어요.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인건지, 위생관념 차이인건지, 도대체 뭐가 뭔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뭐하러 사서 고생하냐'고 하는 사람 옆에서 저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전'을 택하고 1박 2일 동안 꿋꿋이-독립운동하는 사람 심정으로- 팟앤팬 세트를 세척했습니다. 


손목이 시큰하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아, 내가 진정 살림꾼이 된건가, 훗' 


살림꾼 입문과 동시에 hypochondriac인거 제대로 인증하긴 했네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건강염려증 hypochondria / hypochondriasis /하이퍼 컨드리아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 hypochondriac / 하이퍼 컨드리액


머리에 살포시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기한건, 굳이 '외워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아마 조만간 미드나 영화를 보시다가 'hypochondria'라든지 '하이퍼컨드리아'라는 게 보이거나 들리실 거예요. 


저도 이 단어를 알고 나서 얼마 후 미드 덱스터를 보다가 이 단어가 퍽! 하고 들리길래 깜짝 놀랐답니다.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몇일 전 알게 된 단어를 실제 저의 상황과 연관시켜서 한두번 말해본 경험이 기억이 되었던 거예요. 머리가 아니라 귀가 기억을 해준 겁니다.  그리고 덱스터는 무려 10년 전에 봤던 미드인데 그 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이 단어를, [알고 나면 들린다]라는 법칙이 증명해 주었네요. 


모르는 단어는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알고 나면 들리고, 보여요. 

우리 뇌는 '외워야지!'라고 아무리 강력하게 생각해서 외워지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합니다. 생활 속에서 여러 번 접하면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쓸 줄 알게 된다는 거! 

외워야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발음을 정확히 알아놓고 처음 단어를 접했을 때 몇 번 정도 발음해 놓으면 다음에 접했을 때 더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쓸 수 있게 되겠죠?


그럼, 오늘도 뿌듯한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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