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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NC life

[마마보이 Kip 이야기] 유기견 입양

Salt&Pepper 2017. 10. 6. 04:57

유기견 입양 vs. 구입되는 새끼 강아지


강아지를 사지 않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는 곳이 미국인 것 같습니다. 남편의 가족, 친지 모두 한평생 유기견을 입양하여 살아온 사람들이고 주변 사람들을 보아도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얘기하면 유기견을 입양한다고 하면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아기였을 때부터 키우고 싶은 마음에 강아지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간 한국에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유기견을 입양한 사람들은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 S군과 만나기 시작할 때 미래에 함께 살게 되면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S군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지내면서 저도 유기견에 대한 선입견이 점점 없어져서 이제는 유기견을 입양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구입'되기 위해 강아지 공장(puppy mill)에서는 수많은 강아지들이 좁고 더러운 우리에 갇혀 일평생 수도 없이 많은 새끼를 낳고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채 아프고 죽어나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동물 학대(Animal abuse)의 실태가 한국에도 점점 많이 알려지기 시작해서 'Don't buy, adopt!(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더럽다, 병이 있을 수 있다, 성인견이기 때문에 더이상 귀엽지 않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버려진 것이다 등등이 제가 생각해볼 수 있는 유기견에 대한 편견입니다. 한국사람들은 특히 'puppy'를 선호하기 때문에 성인견을 입양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은데, 성인견이라고는 하나 충분히 팔팔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강아지에 문제가 있어서 버려지는 경우보다 그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기견이 발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처럼 귀여워하면서 키우다가 자신의 상황의 편리에 따라 한 생명을 버리다니요. 버려진 강아지는 주인을 잊지 못하고 주인은 강아지를 버리는 것을 보면 인간이야말로 인간성이 모자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Responsible dog ownership


미국에서는 '강아지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중성화 수술 꼭 시키기, 바깥을 다닐 때에는 꼭 목줄(leash)을 착용시키기, 바깥에서 배변을 하면 꼭 변을 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리기-따라서 목줄 끝에 배변봉지 롤을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 마당에 풀어서 키우지 않기(집 안에서 키우고 마당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이 정상; 마당에 개 집을 놓고 마당에서 먹고 자고 놀게 하는 것은 불법-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신고를 당하여 Animal Control에서 강아지를 데려갑니다.), 절대 한 곳에 묶어서 키우지 않기, 꼭 하루에 적어도 두세번은 산책시키기 등입니다.  


강아지를 책임감 있게 제대로 키우는 문화가 한국에서도 '개통령' 강형욱을 중심으로 크게 퍼지고 있는 줄로 압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한국 시골에서 개를 한 곳에 짧은 목줄로 묶어 키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강아지들의 입장을 설명해주고 왜 그렇게 키우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교육하는 강형욱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반려견 행동전문가들의 활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를 바랍니다.


Saving Grace 유기견 보호소에서 Kip을 입양


아무튼, 저희가 Kip을 입양한 것은 지금 이 글을 쓰기 약 3주 전이었습니다. 주변의 한 유기견 보호소(Shelter)의 웹사이트를 통해 강아지들의 사진을 보고 저희가 키우기에 적당하고 마음에 드는 강아지의 이름들을 죽 적어봤습니다. 저희 집이 그다지 넓지 않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아주 큰 개는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고, 또 제가 강아지를 키워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puppy는 배제했습니다. 총 열 마리 정도의 강아지의 이름을 적어서, 금요일 오후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죠. 말 그대로 한 번 둘러보기로만 했는데, 강아지를 그 날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Saving Grace라고 불리는 보호소로 저희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30대 가량의 차들로 주차장은 가득 차 있어서 '의외다'라는 첫인상을 받고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 울타리를 통과해 들어가니 그곳은 강아지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사뭇 덩치가 큰 강아지들이 마당을 제 집처럼(그들의 집이긴 합니다만) 돌아다니고 있었고, 몇몇은 서로 장난을 치고, 몇몇은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안기고, 몇몇은 수돗가에 물이 떠진 대야에 펑퍼지고 앉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요. 


신기한건, 그곳의 모든 강아지들이 다 저마다의 매력으로 너무 귀여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들이 '유기견'이 되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다른 울타리를 통과해 뒷뜰로 가니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진 마당에 잘 어울리는 강아지들이 몇마리씩 구분되어 그 안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간 강아지들을 보여달라고 하니 그 중 반은 이미 입양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곳의 강아지들은 정말 며칠만에도 빨리 입양이 된다고 합니다. 


저희가 보고 싶었던 강아지 중 한 마리인 Kip이라는 아이는 운명처럼 아직 shelter에서 입양되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눈이 사슴처럼 또랑또랑한 갈색의 강아지로 '짖을 수 있긴 한가?' 싶을 정도로 차분한 아이였어요. 어쩜 이렇게 예쁜 갈색일까 싶은 윤기나는 털이 사랑스러웠습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긴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차분한 강아지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제 어린 시절(아무데나 뉘이면 깨울 때까지 쿨쿨 잘 잤고 정말 얌전했다는 부모님의 증언, 가만히 있는게 좋았던 성격)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15lbs(6.5kg)로 크기도 딱 우리 아파트에 알맞았고요. 


이름: Kip - 입양되기 전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름이 잘 어울려서요.

나이: 2살로 추정되는 성인견

견종: 믹스 - 닥스훈트 + 치와와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고 닥스훈트 + 파이스트(Feist; 사냥개의 일종)으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네요. 

몸무게: 15파운드(6.5kg정도)

성격: 굉장히 차분하나 신이 나면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고 인형으로 놀기도 좋아함.


문제는 shelter의 다른 강아지들이었습니다. 저희를 보고 세상 반가워하며 꼬리를 격하게 치고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도 있었고, 마치 흑 표범을 연상시키듯 부드렇고 깊은 흑색의 털로 뒤덮인 멋진 아이까지, 당장 입양해서 데려가고 싶은 아이들만 적어도 열마리는 있었던 것 같아서 그 아이들을 놓고 오려니 아쉬운 마음이 컸네요.


저희가 입양하기로 결정한 Kip은 심장사상충(heartworm)이 있어서 1차 치료는 받은 상태이지만 2,3차 치료가 남아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Saving Grace에서 모든 강아지를 입양 보내기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다 마치고 심장사상충 같은 경우 모두 치료를 해준다고 합니다. 또한 2,3차 치료가 끝나기 전까지는 정식으로 입양 처리가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4-6주 뒤에 Kip을 Saving Grace에 다시 데리고 가서 심장사상충 2,3차 치료를 위해 이틀 밤을 그곳에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한 치료이긴 하지만 치료를 버텨내지 못하는 강아지는 거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길로 Kip을 품에 안고 shelter에서 걸어나오는 데, 그 순간에 따뜻하고도 불안하게 품에 안겨 있던 Kip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너무 소중하고 기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아이의 불안한 마음과 이제 함께 할 행복한 나날들이 기대되어 들뜬 채로 찍은 첫날의 사진입니다.  


앞으로 한동안 제 [미국생활/NC life] 카테고리는 Kip의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Pet Smart에서 강아지 용품 쇼핑하기, 산책시키기, 아파트 단지 내의 dog park 이용하기, 화장실 훈련,

 dog walker와 dog day care 이야기를 비롯해 

'마마보이 Kip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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